top of page

  이석민의 궁지에 몰린 순발력은 김민규의 당황한 순발력보다 빨랐다. 민규가 그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곧장 가방을 들고 튀어 나갔다. 석민아! 그렇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도 씩씩대며 그 자리를 나섰다. 당장 버스를 찾고 어쩌고 할 필요 없이, 걸어서 이십 분도 걸리지 않는 집을 간지나게 찾아가기 위해 지나가던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슬쩍 뒤를 보는데, 저 커다란 머시마가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뛰어 오다가 풀썩 넘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고... 아프겠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괘씸하단 생각이 좀 더 컸으니까. 그냥 택시가 가는 대로 몸을 실었다. 저 앞으로 가달라고 하기도 뭐해서 드라이브만 오지게 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택시 기사님은 이석민이 젊은 시절의 사춘기를 겪는 줄 알고 온갖 명언을 다 쏟아주시더라.

  그렇게 다음 날이 되고 어차피 전공 날 봐야 하는 얼굴이었다. 석민은 첫 날 부터 수업을 쨀까, 혹은 휴학을 때릴까 고민하다가. 택시 뒤에서 엎어져 아파하던 얼굴을 떠올리곤 결국 일어났다. 연고와 밴드, 그리고 그의 옷을 챙겨 백팩에 밀어 넣었다. 전공 강의실에 도착하면 이미 도착해 있던 김민규가 용케 이석민을 발견했다. 그에게 다가오려 하면 노려 보고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잔뜩 꼬리 만 개처럼 쳐다만 보고 있더라. 그게 꽤 귀엽... 지 않아. 뭐가 귀여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빤히 쳐다 보고 있는 눈길에 먹었던 아침밥도 체할 것 같았다. 그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 화장실로 향하는 것 같으면, 석민은 곧장 일어서 그의 책상 위에 옷과 약을 올려 놓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척을 했다. 

  삼 분도 안되어서 자신의 옆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석민아. 부르는 소리에 이석민은 이걸 씹어 말어, 고민을 했다. 

Yes!

​무시한다.

No!

​무시하지 않는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