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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민은 그의 부름을 무시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친구에게 그가 양해를 구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한 번만 자리 양보해주면 안돼? 내가 나중에 학식 쏠게. 진짜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인싸 새끼였다. 그러니까 키스도 해봤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 괜히 속이 부글부글거렸다. 아니, 얘를 뭐 몇 번이나 만나봤다고 왜 속이 이래? 생각해 보면 개강총회 옆자리에서 어찌나 잘 챙겨주시는지. 옆에 있던 선배가 김민규 얘 이석민 꼬시는 거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새끼는 분명 헤테로예요. 그 말을 못해서 에헤헤 웃고 말았었다. 그러다가 무리하긴 했었지. 그냥 주는 대로 다 받아 먹었다. 마침 취향인 새끼가 잘 해주는 헤테로라서. 왜 헤테로인 줄 알았냐고? 숙취해소도 미리 할 겸 편의점좀 들리는데 통화하는 걸 들었거든. 여자 이름이 분명한데, 걔가 사랑하다고 했다. 아니, 씨발.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 얜 여친이 있는데도 나랑 그렇고 그렇게 된 거야? 바이는 맞는 거 같은데. 양다리인가?

  갑자기 또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학기 초부터 이렇게 비련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괜히 열 받아서 옆을 째려 보는데, 김민규는 여전히 자신을 쳐다 보고 있었다. 그가 마주 보고는 웃었다. 그리곤 쪽지 하나를 건넸다.

  '석민아. 끝나고 같이 밥 먹자.'

  그걸 보면 이석민은 그를 노려 보다가 그 쪽지에 여자애 이름을 적었다. 넌 걔가 불쌍하지도 않냐. 사랑한다며. 김민규는 쪽지를 받아 보고선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 이 새끼가 이젠 비웃어? 김민규는 곧장 쪽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것을 받으려던 찰나,

  마침 수업이 기가 막히게 그 순간에 끝났다. 이석민은 곧장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했고, 김민규는 곧장 그의 손목을 잡았다. 쪽지를 보여주었다. 오해야. 너 나랑 오해 안 풀면 너랑 나랑 잤다고 다 소문낸다, 지금.

  이석민의 얼굴이 새빨개지고, 이 새끼의 정강이를 까고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얌전히 앉았다. 울고 싶긴 한데, 갑자기 휴학 때려 버리면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이씨. 진짜... 그렇게 애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정적이 가득 차면, 민규는 곧장 입을 열었다.

  "걔 내 동생이야."

  "...구라치지마.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 놓고."

  "..."

  김민규는 곧장 부모님과 함께 여동생까지 꼭 껴안고 있는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정말 아름다운 가족애, 구나. 여기서 더 부정하게 되면 예쁜 가족애를 부정하는 꼴이라 이석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귀까지 다 빨개졌다.

  "우리 안 잤는데. 키스는 했어."

  "...어쩌라고."

  "네가 하자고 했잖아. 내가 맘에 든다고."

  이석민은 이마를 짚었다. 이 씨발. 더 이상 술 안 먹어. 금주야.

  "사귈래?"

 

  직구였다. 이석민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올려다 보았다. 김민규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내뱉어놓고. 그렇게 쑥스러워 하면 다야? 사실 더 아무렇지 않았으면 차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이석민은 김민규의 고백을...

Yes!

​받아들였다!

Yes!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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